2013년 6월 24일 월요일

한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

기사 원문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617195008949


예일대 오희 교수님 인터뷰 내용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뒤늦게 교직에 발을 들이 밀면서, 우리나라에서 수학 좀 한다는 학생들을 일부 본 소감은 첫째로, 내가 과연 저 나이 때에 저런 문제를 풀고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의 놀라움이었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했던 학생은 아니었기에 놀라움은 얼핏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인문계 최고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봤던 내 동기들과 비교해봐도 지금 수학을 잘한다는 학생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상위 그룹을 형성하는 학생들만 놓고 본다면 "전체적으로 평균이 높아졌다는" 오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수학적 사고력 또한 평균적으로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공부할 당시는 막 학력고사에서 벗어나 수능과 본고사로 넘어가던 시기라 시중에 본고사 대비용 교재가 사실상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있던 몇몇 본고사용 교재는 다들 예전 일본 대학 기출문제를 풀이도 없이 나열해놓던 수준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수준별로 매우 잘게 나뉘어진 다양한 문제집들이 넘쳐나고 있고,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부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까지 끌어온 교재들까지 팔리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보다 수학적으로 잘 훈련될 수 있게 되었고, 대학 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이미 초등학교 이하로 내려갔다는 뉴스를 보면 실제로도 많은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문제 풀이를 위해 잘 훈련된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잘 훈련되기는 했는데, 정말 잘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에 대한 오 교수님의 말씀이 정말 뇌리에 꽂힌다. "개인적 생각에는 아이들이 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머리가 비어 있어야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사고능력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쉴 틈을 안 주면 금방 끝내야 하는 것은 잘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사고하는 일에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은 소위 '훈련'으로 발달시키기 어렵다. 왜냐하면, 훈련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반복 학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 특정 문제에 매달려 사고하는 것은 반복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오래 매달린 다는 것부터 효율성을 중시하는 '훈련'과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겠다.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내 경우,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과제에 대한 해답은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면서 떠오른다. 일어나자마자 텅 비어 있는 머리로 씻으러 들어가서는, 물을 맞으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 많은 경우 그렇게 시작된 생각의 조각들과 아이디어 들이 내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고는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지 몰라도, 내 경우는 정말 오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중간중간 머리를 비워주는 과정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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